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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영화

이 영화는 두 번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포스터는 2007년에 만들어진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포스터를 첨부했지만, 제가 처음 본 것은 1997년에 만들어진 원작이었습니다. 재밌게도 할리우드판으로 리메이크작을 만든 사람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 자신인데, 배우들만 바뀌었을 뿐 구성이나 대사 등 거의 모든 것들이 원작과 같습니다. 주연 배우로 나오미 왓슨, 마이클 피트 같은 얼굴이 익숙한 배우들이 나오다 보니 이미 원작을 본 탓도 있었겠지만, 스토리가 주는 충격이 덜하기도 했습니다. 제 머릿속에 저들은 '배우'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이 말 그래도 '영화'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작을 처음 보았을 때, 그때 제 나이가 이제 막 성인영화를 아무 제재 없이 볼 수 있는 20살이었는데, 저는 영화과 영화가 아닌 현실처럼 보여 너무나도 소름 돋고 기괴하며, 귀신이 나오는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서웠습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고. 영화는 폭력적이고 잔인하지만, 그 어떤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도 강조하거나 과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무미건조하게 폭력과 잔인함이 진행될 뿐입니다. 제가 영화를 보았던 게 2005년, 영화 필름 상태는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고, 나오는 배우들도 독일 배우들이라 얼굴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기에 영화 속에 펼쳐지는 영상은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나 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의 중간에는 일반적인 탈출 영화처럼 선한 주인공들이 악당을 이기는 순간이 등장하는데, 허무하게도 게임의 플레이를 되돌리듯이 그 승리의 순간은 과거로 돌아가고 아무렇지 않게 악당들이 이깁니다. 제발 누구라도 탈출하기를 간절하게 기도하는데, 실낱같은 희망은 모두 짓밟히고 여주인공은 아무렇지 않게 보트에서 강으로 던져집니다. 여주인공이 강에 빠지는 순간, 풍덩, 하고 나는 소리가 얼마나 소름 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악당들은 조용히 다음 집에 가서 계란을 빌리며 끝이 납니다. 

 

사이코패스, 그저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이기만 해 주었으면

저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제가 영화를 보았을 당시만 해도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는 흔한 단어는 아니었습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미국 정신의학계에서 발표된 DSM-IV-TR에 의하면,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참고;네이버 지식백과]

1. 법으로 정해져 있는 규칙을 따르지 않고, 구속될 만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한다. 

2. 개인의 이익이나 만족을 위해 거짓말, 가명 사용 또는 사기행동을 일삼는다. 

3. 충동적이고,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4. 자주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5.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는 무모함을 보인다.

6. 책임감이 결여되어 사회활동, 경제적, 사회적 활동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 

7.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고도 자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위의 설명이 있지만, 남에게 고통을 주고,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것을 '재밌게' 생각하는 인간이 '사이코패스'라고 저는 생각됩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범죄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현재의 사람들에게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는 어렵지 않은 단어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처럼 그저 지나가다 마주쳤을 뿐인데, 죽임을 당하고, 폭력을 당하는 사건들이 우리 사회에는 실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지점이 제일 괴롭습니다. 그저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특이하고 이상한 소재로만 사용되었어야 할 것이 현실에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악당이 승리하는 영화

우리가 교과서처럼 배워왔던 '권선징악'이라는 규칙이 깨져버린 영화를 본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었습니다. 사람이 죽는 모습을 이렇게 허무하게 그린 영화도 저에게는 처음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없애버리는 데 안개 낀 호수 가운데서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 치던 부인을 호수에 던져 넣어버립니다. 마치 필요 없는 쓰레기를 버리듯이. 사실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장면들을 볼 때면 이 영화를 보았을 때만큼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익숙해졌고, 무덤덤합니다. 악랄한 악당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현실에 그런 악당 같은 인간이 있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제 '권선징악'은 동화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살아오면서 칼을 들고 쑤시지는 않지만, 그런 정도로 타인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제 인생에도 존재했었기에,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오히려 이런 삭막한 영화보다는 디즈니나 어른이 애니메이션 같은 것을 더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치하고 이상적이어도 오늘의 삶을 살아가려면 달콤한 것이 필요하니 말입니다. 부디 나의 오늘과 내일에는 악당이 승리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며 저는 기억의 호수에서 어떻게든 기어 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는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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