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인사이드 아웃
인사이드 아웃

내 감정에 이름 붙이기

22년 9월 <인사이드 아웃 2> 제작 소식이 발표되었습니다. 2024년 여름 개봉 예정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라일리의 머릿속에 새로운 감정이 도입된다고 합니다. 라일리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감정들이 하나씩 등장했던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어떤 감정 캐릭터가 등장할지 기대되기도 합니다. <인사이드 아웃>은 설정 자체가 너무 심리학에 가까워서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 마치 심리치료를 위한 영상물 같은 느낌으로 보게 되었었습니다. 어떤 사건이나 생각에 빠지게 되었을 때, 그것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객관화하는 데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이름을 붙이는 것일 텐데, 내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참신하기도 하지만, 내가 알면서도 구체적으로 행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는 지침서 같은 느낌이 들어 마냥 재밌게 보지는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친절함이 고맙지만, 그걸 해내지 못한 나에 대한 어리석음이 비쳐 한심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손을 내밀게 되는 마음이랄까요. 한참 인생의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시절이라 더욱 그러했습니다. 영화 속의 '슬픔이'는 분명 '슬픔이'인데 저에게는 그 모습이 마치 제 자신처럼 보여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심하게 감정이입하는 제 자신을 나무라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디즈니는 디즈니를 보고 자란 어른이들을 품어 안고 있지만, 안겨있는 어른은 마냥 맘이 편하지만은 않으니 말입니다. 

 

내가 외면했던 나에게

영화의 결말에 '기쁨'이는 '슬픔'이를 비롯한 여러 감정들에게 자신이 독점하던 감정 컨트롤 타워를 그 때 그때 상황에 맞춰 다룰 수 있도록 공유합니다. 무너졌던 라일리의 섬들은 재건되고, 무너지기 이전보다 더 다양한 섬들이 라일리의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사실 이 결말을 굉장히 이상적인 결말이기도 하지만, 정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위로가 되는 결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제가 그랬습니다. 항상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애쓰고 남들에게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던 저는 그 시기쯤 사람들과의 만남을 끊고 혼자 침잠해 있었습니다. 자신감을 잃고 초라해져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인간관계에서는 다른 사람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내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 보이지 않는 편이라, '슬픔'은 나 혼자만 안고 있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사실 혼자 방 안에 앉아 '슬픔'이가 컨트롤 타워를 잡고 있어도 그 '슬픔'이를 나조차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방 안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것 같습니다. 컨트롤 타워를 잡은 '슬픔'이에 의해 자신의 슬픔을 가족들과 나누는 라일리를 보며, 저는 여전히 누군가와 터놓고 '슬픔'이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누구보다 제 자산에게만큼은 솔직하게 '슬픔'이를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너도 참 필요한 존재라고 말입니다. 그 '슬픔'이를 제가 인정하고 나서야 친구에게는 슬쩍 툭 흘려놓는 정도로 밖에는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사실 저는 그것이 현실에서 남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공유하는 어른의 방법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아직도 누군가 앞에서 펑펑 우는 것은 어려운 어른입니다. 그럼에도 그것만으로도 제 세상 역시 라일리의 세상처럼 조금은 더 풍요로워지고 조금은 더 여유로워졌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이 영화를 보고 저같이 위로받은 어른이들이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 감정을 바라보고 품어안기

아직 후속 편이 개봉하려면 1년 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후속편이 꽤 많이 기다려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웹툰 중에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웹툰이 있는데 드라마로도 제작된 인기작품입니다. 그 작품에서는 유미를 이루고 있는 많은 세포들이 있어 그 세포가 왕성해지면 그 특성이 강해지는 식으로 사람의 성격이나 감정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저는 심리학의 이론이 이렇게 창작물로 구현되어 표현되는 것이 너무 좋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책으로 읽어 이론으로 머릿속에 있어도, 그것이 이미지로 구체화되어 눈에 보이는 것만큼 빨리 학습되고 체감되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사이드 아웃> 이후로 저에게는 제게 무슨 일이 있을 때 그것을 하나의 이미지와 형상으로 구체화시켜 보려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어떤 감정이나 사건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때 제가 좀 더 안정되고 제가 좀 더 제 자신이 되는 것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나중에 저에게 아이가 생기게 되면 꼭 보여주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