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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리뷰 결말
완벽한 타인 리뷰 결말

연기 장인들의 매력적인 앙상블

<완벽한 타인>은 한정된 공간에서 대사를 위주로 펼쳐지는 내용이다 보니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영화입니다. 대사를 위주로 한 영화인 만큼 배우들 간의 티키타카가 잘 맞지 않으면 극이 흐트러질 수 있었는데,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출연했다 보니 거의 두 시간을 꼬박 상영되는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게다가 핸드폰의 모든 내용을 다수의 타인에게 공개한다,라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잘하지 않을 내용이지만, 그렇다고 현실에 없지도 않을 이야기라, 영화를 영화로 바라보기보다는 좀 더 현실에 가깝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아 더욱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는 목소리만 출연하는 배우들도 꽤 많은데, 그 목소리가 누구인지 유추하고, 혹은 너무 선명한 목소리의 주인이 연상되어 그 배우를 찾아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영배(윤경호)의 아버지는 이순재 배우, 수현(염정아)의 친구로 수현이 예진(김지수)을 뒤에서 험담한 내용을 찰지게 전달하는 목소리는 라미란 배우, 한밤중에 '발X'라는 단어를 보내 준모(이서진)를 화나게 했던 세경(송하윤)의 전 남자 친구는 조정석 배우, 영배의 게이 남자친구는 김민교 배우, 수현을 좋아하며 속옷에 대해 조언한 팬은 진선규 배우입니다. 

 

현실적인 서스펜스 공포물

극 중의 인물들은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들입니다. 부부 동반 모임이라 서로 알고 지낸 기간의 길고 짧음은 있겠지만, 사실 부부 동반 모임만큼 예민한 모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서로 간의 친목을 도모하면서도 은연 중에 서로 간의 삶의 질을 저울질하고,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연민으로 돕고, 도우면서도 지르밟는 관계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혹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모임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혼자 살아가지 않기 때문에 오랜 인연이 있는 모임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하기에 괴롭고 혹은 귀찮은 면이 있음에도 후일을 생각하여 이 악물고 유지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사실 여러 사람이 모여 그저 훈훈하고 행복하기만 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도 이상적이고 꿈같은 일입니다. 사람이 셋만 모여도 서로 간에 경쟁심리나 서열이 생기게 되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 안에서 서로를 얼마나 배려하고, 얼마나 감싸 안으며, 얼마나 참느냐, 혹은 얼마나 진솔한 대화를 주기적으로 하느냐가 그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소름돋았던 장면은 수현의 친구를 통해 예진이 자신의 험담을 전해 듣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그 장면은 너무나도 흔한 현실이라 다른 것보다 오히려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인간관계는 그런 일로 아주 쉽게 박살 날 수 있습니다. 서로 간의 득과 실을 계산하여 그 관계가 유지될 수도 있으나, 정말 표면적인 관계가 됩니다. 

파국으로 치닫던 관계들은 결말에 아무렇지 않게 한 밤의 꿈처럼 조용하고 안정적인 현실로 돌아와 끝이 납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그 동안 보았던 내용이 그저 환상이었다는 사실에 화가 났지만,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그 모든 내용이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에 너무나도 안도했습니다. 마치 내 이야기인 것 같이 빨려 들어갔던 현실적인 스토리 탓에 더 안도했던 것 같습니다. 

 

핸드폰이라는 열린 감옥, 혹은 자유로운 밀실

영화가 상영된 이후 항간에 이런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저 영화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모두 엄청난 '인싸'라고 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핸드폰을 하루종일 가지고 있어도 광고 전화나 업무 전화가 아니면 전화가 울리는 일이 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아마 내가 저 영화 속의 인물이라면, 저녁 내내 아무 문자도, 전화도 오지 않고 영화가 종료되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혹여 내가 '아웃사이더'라고 하더라도 핸드폰 안에 내 모든 정보와 취향이 담겨 있다는 것은 여전히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요즘 유튜브를 보다보면, 내가 무언가 하나를 검색하면 내가 추가적으로 검색하지 않아도 내가 검색했던 내용과 관련된 영상들이 자동으로 화면에 떠오르게 됩니다. 정신없이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내가 전혀 몰랐지만, 내가 좋아할 만한 어떤 영상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을 만나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운 기분이 듭니다.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인터넷 세계. 간혹 다른 사람과 함께 유튜브를 보다가 내가 숨기고 싶었던 어떤 취향을 알고리즘의 흔적 때문에 뜻하지 않게 공개하게 되는 일도 생깁니다. 영화 속에서는 카카오톡 메시지, 문자, 전화라는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의 비밀이 공개되지만, 사실 그런 '인싸'가 아니더라도 이제 핸드폰은 내 의도와는 다르게 '나의 흔적'을 너무 쉽게 드러낼 수 있는 약간은 두려운 공간이 되었습니다. 

핸드폰은 지문 인식, 얼굴 인식같은 나만의 생체 정보로 꽁꽁 잠가둘 수 있는 자유로운 밀실이면서, 그 잠금장치만 풀리고 나면 내 생각의 흐름과 일상생활 반경, 모든 인간관계가 들어있는 너무나도 꼼꼼하게 기록된 일기장입니다. 그 일기장이 부디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그 누구에게도 열리지 않고 조용히 묻히는 평화로운 삶이길 바랍니다. 사실 이제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는 내 핸드폰을 어떻게 묻어버릴 건지도 꼼꼼히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나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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