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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하루여야 했던 어떤 하루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이 영화의 실제 사건의 장소였던 <Fruitvale Station>입니다. 2009년 1월 1일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에 있는 프루트베일 지하철 역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오스카 그랜트' 역시 실제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어떤 극적인 장치나 과장 없이 되도록 실제 사건을 그대로 알리려고 했던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사실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은 간단합니다. 한 번 교도소를 다녀온 경험이 있어 사는 것이 녹록지는 않지만, 그래도 딸을 생각해서 바르게 사려고 애쓰는 오스카라는 청년이 있습니다. 그는 그저 새해를 기념하는 불꽃놀이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는데 지하철에서 뜻하지 않게 시비에 휘말립니다. 출동한 경찰은 아무런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를 제압하다, 바닥에 엎드린 그의 등에 총을 발사합니다. 그때 그는 '나에게 테이저건을 쏘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총이 아니라 테이저건 말입니다. 경찰의 총에 맞은 오스카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사망합니다.
무장하지 않은 사람에게 실탄을 발사하는 행동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영화의 상영시간은 85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나, 보고 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도 많이 다민족화되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단일민족에 가까운 인구 구성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인종차별이 사회문제가 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종차별이라는 이슈는 그렇게 피부에 와닿는 느낌보다는 이론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건장한 흑인 남성이었다 할지라도, 칼도, 총도, 하다못해 막대기 하나 들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실탄이 든 권총을 꺼내드는 마음을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물론 이 사건으로 인해 진행된 재판에서 총을 발사한 경관은 테이저건을 꺼내려다 실수로 총을 꺼내 발사했다고 증언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 사건의 영상을 보면 이미 오스카는 바닥에 눕혀져 제압된 상태였습니다. 급하게 테이저건을 꺼내들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테이저건을 맞는다고 사람이 죽지는 않지만, 테이저건 역시 상당히 고통스러운 무기 중 하나입니다. 극단적인 경우로 사망 사건이 일어났지만, 사실 사람만 죽지 않았을 뿐, 흑인들이 겪는 과잉진압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뉴스입니다. 흑인들은 범죄를 잘 일으키고, 거칠다고 해서 그들이 죽어야 하고, 함부로 대해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옳지 않은 일입니다. 그 경관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오스카가 두려웠던 것일까요? 그렇게 눕혀놨음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연행하고 싶었던 걸까요. 사실 저는 그 행동이 나온 시작점이 어디인가를 가늠하지 못하겠습니다. 오스카는 죽어가면서 '나에게 딸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오스카를 죽게 만든 경관은 다음 날, 첫째 아이를 얻게 됩니다. 그는 과실치사 혐의로 2년 형을 선고받고, 11개월 만에 가석방됩니다. 오스카의 딸은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반복되는 사건, 미국이라서만 그런 것일까
오스카 사건이 있고 1년 후인 2009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흑인에 대한 과잉진압 사건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보도되고 있고, 2020년에도 '오스카 그랜트'와 유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게 됩니다.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조지 플로이드'는 체포되는 과정에서 바닥에 엎드린 채, 경관에게 몸을 눌리고 있었는데 경관은 플로이드 목 부분을 무릎으로 짓눌로 '숨을 못 쉬겠다'라고 호소하는 그를 질식사시켜 버립니다. 그 과정 역시 영상으로 촬영되었는데, 플로이드는 울부짖고 있고, 경관은 태연한 표정으로 그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실로 소름 돋는 장면입니다. 아무리 범죄자라지만,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고, 무장을 하지도 않았고, 저항하지도 않는 사람을. 그나마 이번 재판에서는 경관에게 2급 살인죄가 적용되었습니다. 여전히 흑인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의 시위 모습이 좋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모습들에 위협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총기 사용이 가능한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 때문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차별'이라는 문제는 꼭 미국이라서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나와 다르고, 어떤 계급의 우월성이 나눠지면, 인간은 우습게 상대방을 차별하고 생명도 가볍게 여기며 억압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문화라는 것을 만들고, 역사를 공부하며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하는 것일 것입니다. 부디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고, 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오늘보다 좀 더 나을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기를. 이 영화와 같은 기록으로 다시 한번 인간은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