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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간략한 줄거리

영화 <빅 피쉬>는 팀 버튼 영화답지 않게, 영화 전반이 꽤 청아하고 부드러운 톤이 사용된 영화입니다. 영화는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있는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실제로 이 영화를 만들 때즈음 팀 버튼 감독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참 신기해서, 나와 너무나도 닮아있으면서도 어떻게 이렇게나 다를까 싶은 희한하고도 기묘한 생명입니다. 영화 속 아들 윌 역시, 언제나 허풍으로 가득 차 있는 아버지 에드워드를 이해하지 못해 3년을 발길을 끊습니다.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다시 집에 돌아오게 되는데, 윌 역시 곧 태어날 아들이 있기에, 아버지가 될 사람으로서의 입장에서 윌은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이 바라는 진실되고 반듯한 모습으로 있어주기를 바라게 됩니다. 윌의 눈에 아버지는 비뚤어지고 반듯하지 못한 거짓말쟁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삶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며 좇아간 끝에 마주한 진실은, 아버지의 허풍쟁이 같았던 말들은 대부분 진실이었다는 것입니다. 진실을 말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못했던 것은 아들 윌 자신이었습니다. 그 모든 인생의 삶 속에서 아버지 에드워드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는 아들인 윌과 어머니 산드라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윌은 아버지의 임종 앞에서 자신이 그토록 경멸했던 허풍선이 같던 아버지의 모험들을 상기시키며 믿지 않았던 이야기들로 아버지의 마지막을 배웅합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에는, 윌이 허풍이라고 믿었던 모험담 속 인물들이 모두 모여 윌의 이야기처럼 아버지의 마지막을 배웅합니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사랑스럽게 허물어둔 이야기

영화 빅 피쉬 속에 나오는 모험들은 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으면서도 또 너무 멀리 가지도 않아서, 정말 딱 누군가의 허풍에 어울리는 정도의 이야기들로 꾸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특수효과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나무에 올라간 빨간 차는 진짜 차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 그 위에 올려놓은 것입니다. 몸집이 큰 거인, 샴쌍둥이, 서커스, 유령마을 이야기 역시 기묘하고 신기한 이야기이지만,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을 영화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아들은 아버지가 거짓말을 하고, 제대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없다는 것에 화를 내지만, 사실 그 이야기 자체가 아들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됩니다. 아들의 입에서 아버지의 이야기가 전해질 때, 아버지가 되는 아들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생물로서의 핏줄도 이어지지만,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온전히 대를 잇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대를 잇는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온전한 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사람은 생각보다 남들에게 관심이 없고, 남들을 위해 살지 않습니다만, 가족만큼은 내 목숨과 모든 것을 다해도 지키고 싶고, 사랑하게 되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엄청난 모험담들은 사실 거짓말이라기보다는 '내가 너를 위해 이렇게 먼 길을 왔단다'라는 말을 아주 길게 살을 붙여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말이라는 외투를 뒤집어쓴,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는 경험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아버지가 될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에서 진실과 거짓이라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는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성실히 마음을 지키며 살아왔던 사람의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그 노란 수선화밭처럼 말입니다. 

 

어쩌다 보니 지금은 가정의 달

생각하고 쓴 것은 아닌데, 리뷰를 쓰는 지금은 가정의 달입니다. 내일모레가 어린이날이고, 그 글피는 어버이날입니다. 참 사이좋게 두 날을 붙여놓은 것은 누구의 생각인지, 서로에게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달이기에 항상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지만, 임종 앞에서야 사랑을 고백하게 되는 감동스럽지만 안타까운 사연보다는, 낯간지럽더라도 살아있는 동안 아쉽지 않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나누는 달이었으면 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하나같이 가족들에게 남기는 말은 '사랑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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