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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너무 마음에 드는 영화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한 소년의 성장드라마입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순수하게 그대로 믿은 소년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했다가 바보 취급을 당합니다. 그 뒤로 소년은 그 누구에게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마음속에 상처로 묻어놓습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눈앞에서 잃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 미지의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게 되고, 소년은 성장하여 현실로 돌아옵니다. 사실 대부분의 성장드라마는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현실로 돌아와 씩씩하게 살아가면서 끝을 맺게 됩니다. 앞서 포스팅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그러한 플롯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현실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소년은 분명히 성장했지만, 성장한 소년은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환상의 세계 속으로 돌아갑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절실하고, 간절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자신만이 가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그것을 자신의 환상 속에 침잠하는 퇴행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으나, 저는 영화를 보는 관객이나 타인의 눈에는 '환상'일지라도, 영화의 주인공인 제이크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현실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뇌는 살아가면서 내가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합니다. 죽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말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현실에는 제이크가 살아가야 할 분명한 목표가 존재하지 않지만, 별종들이 사는 세계에서 제이크는 살아가야 할 분명한 목적과 목표가 있습니다. 별종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하는 것.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는 것. 그렇다면 제이크에게 현실은 분명히 별종들과 함께 하는 세상일 것입니다. 내가 충만하게 살아있을 수 있는 곳이니 말입니다. 저는 제이크가 환상 속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갈 새로운 가족,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관성에 휩쓸리지 않고 새로운 나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 역시 멋진 성장입니다. 

사랑으로 가득한 미스 페레그린의 아이들

개인적으로는 저는 이 영화가 팀 버튼의 영화 중 가장 사랑이 넘치고, 지극한 사랑이 담긴 영화라고 합니다. 우선 수많은 루프를 건너 엠마에게 돌아온 제이크의 사랑,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지라도 끝까지 별종들을 지키는 임브린들, 미스 페레그린의 사랑, 집착형이긴 하지만 올리브와 에녹의 사랑, 그리고 별종들과 제이크를 사랑하는 제이크의 할아버지 에이브의 사랑. 캐릭터들의 모습은 팀 버튼 감독다운 기괴함도 있고, 타인의 고통 따위는 아랑곳 않는 할로우들이 등장했지만, 저는 이 영화가 따뜻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팀 버튼의 영화를 보면, 겉모습이 기괴하고 어두운 누군가가 가슴속에 품은 빨갛고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타인에게 비난받지 않기 위해 티 나지 않는 방식으로 은은하게 뿌려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연민이 들게 하는 부분입니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저는 호(好)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있었다보니 팬들에게 호불호도 많이 갈리고 평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럼에도 12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는 충분히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미스 페레그린을 연기한 '에바 그린'이 없었다면 영화가 가진 묘한 매력은 반감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완연히 다른 공간과 차원의 설정을 가진 상황이었기에 인물 간의 감정이나 관계를 풀어내는데 이 정도면 좋은 연출이고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덤보'를 마지막으로 이후에 개봉된 영화는 아직 없습니다. 어릴 적 처음 본 '크리스마스의 악몽'부터 오랜동안 동화 같지 않으면서 지극히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감독님의 새로운 영화가 다시 개봉하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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