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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유쾌하게 보기 좋은 오락영화
코로나 이후 엄청난 물가 상승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영화 한 편을 보는 데는 조조도 11,000원, 보통 15,000원, IMAX관과 같은 특별상영관은 20,000원 돈이라 그냥 맘 편하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냥 흥미 위주로 가볍게 한 편 보고 싶어도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충분히 흥미 위주의 오락영화이면서도 판타지 요소가 더해져 볼거리가 많습니다. 저는 IMAX관에서 관람했는데, 러닝타임도 134분으로 충분하고, 액션이 많아 흥겨우면서도 영화의 톤도 가볍고 유쾌하여 많이 웃으면서 즐겁게 관람하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원작 게임의 설정들을 살리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니 이 게임을 좋아하시는 유저 분들이라면 그 디테일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크게 불쾌하거나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개그 코드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사람들이 편안하게 영화를 보게 한 지점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어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이끌어나가는 모험 이야기라 더 매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큰 실수가 아니라 별 거 아닌 실수를 끊임없이 하며 궁지에 몰리는데, 너무 심각한 위험이나 고뇌에 빠지게끔 하지 않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면서도 그래도 저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금방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냅니다. 가슴을 쥐어짜는 큰 반전이나 고난은 없지만, 너무 허무하지도 않게 스토리가 짜여 정말 말 그대로 '적절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너무 좋은 CG에 길들여진 눈, 오히려 좋아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아바타 2> 였던지라, IMAX관에서 관람을 하고 있음에도 이전에 보았던 너무나도 고퀄리티의 장면들이 눈에 아른거려 이 영화의 CG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음에도 사실 조금은 어설퍼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이 좋은 것을 보고 나면 눈이 높아져서 그 이전의 것들은 영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하지요. 사실 어쩌면 <아바타 2>의 등장은 이런 CG를 많이 써야 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나 제작자들에게는 경이로우면서도 괴로움을 주는 작품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오히려 재기 발랄한 개그코드들을 입혀 어설프게 느껴지는 그 지점들을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도록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았던 장면은 일행이 투구를 찾으러 지하동굴로 들어간 장면이었는데, 그곳에서 일행들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뚱보 드래곤에게 쫓기게 됩니다. 보통의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날렵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는 드래곤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고 동굴 안에 들어오는 도굴꾼들을 날름날름 집어먹은 것이 분명한 통통한 용이 등장했을 때, 분명히 드래곤에게 추격을 당하는 위협적인 장면이었음에도 그 드래곤이 움직일 때마다 너무 웃겨서 말 그대로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그렇게 유쾌하다 보니 약간의 어설픔도, 허술함도 조화롭게 배치된 정물화처럼 하나로 어우러져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또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CG는 너무 완벽하기보다는 이 정도 톤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어딘가 어중간한 지점이 있는 영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주인공 '에드긴'은 오늘날의 경찰과 같은 신분의 가난한 '하퍼'로 살다 한순간의 피어오른 욕망에 악당의 재물에 손을 대었다가 그 재물을 쫓아온 악당에 의해 부인을 잃게 됩니다. 선을 지키고 행하다 가난해지고 생활이 넉넉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 현실과 맞닿아 있어 순간적으로 금덩이에 눈이 멀었을 에드긴의 심정에는 너무 공감이 가지만, 그 뒤로 완전히 중심을 잃고 계속 도적질을 했다는 것은 사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주인공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자신의 실수로 부인을 잃었다면 중심을 잃는 것이 아니라 어린 자식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반대로 훌륭한 하퍼로 남기 위해 애쓰고 집착하게 되는 것이 더 개연성 있는 전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오래된 원작이기 때문에 줄거리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지만, 도둑으로 살면서 그렇게 딸을 키운 아버지가 사기꾼과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당을 만났다고 해서 선의 입장에 설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마음이 찜찜하게 남아있습니다. 마지막에 부인이 아닌 오랜 친구인 '홀가'를 되살린 점도 감동적이라거나 어떤 교훈이 있기보다는 약간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톤의 느낌이라 기분이 애매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쿠키가 나옵니다. 영화에서 꽤 재밌었던 부분이기도 하고 안쓰러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관람하시는 분들은 즐겁고 유쾌하게 즐기시고 나올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