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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완다한테 왜 그래요

이번 편이 시작되기 전 디즈니 플러스에서 <완다 비전>을 먼저 보고 감상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엔드 게임' 편에서 결과적으로 타노스를 이기는 역할은 아이언맨이 했지만, 마블 팬들 사이에서 사실상 세계관 최강자는 '완다'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완다의 마법능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완다 비전>에서의 완다는 자신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한 마을을 완전히 지배하고 조종합니다. 사실 나쁜 일이긴 하지만, 가슴 아픈 이유로. 비전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완다는 자신의 마법 능력으로 자신이 비전과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상의 마을을 꾸며 운영했던 것입니다. 완다의 마법 능력으로 통제되고 돌아가는 공간이었지만, 막상 완다 자신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 속에 갇혀 현실과 마법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결국에는 그 환상 속에서 깨어나지만,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했던 행복했던 시간을 잊지 못한 완다는 금지된 마법을 연마하여 '스칼렛 위치'가 됩니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는 유독 과거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스토리가 많습니다. '스파이더 맨'도 과거에 친구, 스승, 동료였던 사람들이 빌런으로 변하여 싸우게 되는 설정이 꽤 있는데,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 편도 완다와 닥터의 대결구도가 펼쳐지며 꽤 많은 팬들에게 비난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자녀를 잃고 이성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비록 그것이 환상이었다고 할지라도) 고통스러웠을 완다의 상황에 공감하여, 스토리의 개연성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때 어벤져스로서 세계를 구하는데 일조한 영웅을 그렇게 환상에 미쳐버린 마녀로 만들었어야 했냐는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우주로 넘어가기 위해, 완다는 수많은 히어로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없애버립니다. 어느 씬에서는 마치 공포 좀비물처럼 완다나 닥터 일행을 쫓아가는 장면이 나와 긴장감도 있었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완다의 모습이 정말 지독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완성도나 기타 등등을 다 배제하고서라도 애정을 갖고 지켜봐온 팬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완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사실 히어로물에서는 사람이 많이 죽고, 소중한 누군가들을 꼭 잃는 전개가 펼쳐지기 때문에 보다보면 어느 순간 그 고통에 무뎌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좀 더 극적이고, 좀 더 강렬한 트라우마를 심어 영웅이 각성하도록 하는 그런 이야기들은 많이 있으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상 속에 자녀를 잃고 미쳐가다가, 결국 자신의 미쳐버린 모습에 절망하여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은 지켜보는 이에게 많은 안타까움을 주었고, 닥터가 승리했음에도 결코 기쁘지 않았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특유의 황홀할 만큼 다채로운 시각효과

그러나 스토리에서 발생한 여러 가슴아픈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이번 편을 보는 것은 시각적으로는 꽤나 즐겁과 황홀한 일이었습니다. 시즌 1에서도 마법으로 차원을 거울처럼 여러 갈래로 쪼개어내는 장면은 놀랍기도 했지만, 일단 아름다웠습니다. 어릴 때 자주 가지고 놀았던 만화경의 확장판, 결정판이라고 해야할까요.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는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환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것일텐데, 해리포터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동화적인 마법이 아닌, 정말 차원을 뛰어넘고, 쪼개고, 뒤집어 버리는 능력은 봐도봐도 놀랍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번 편에서 멀티버스를 이동하며 수많은 차원을 통과할 때도, 멀티버스 소재 영화들이 그렇지만,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공간과 차원들이 순식간에 다채롭게 변하며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하는 장면들은 수많은 이론적 설명보다 간단하게 '멀티버스'를 이해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멀티버스'라는 것이 결코 간단한 개념은 아니지만, 수많은 영화들에서 차용되는 이유는 그 환상적인 지점때문인 것 같습니다. 

공간을 나누고 변형시키는 장면들은 여타 다른 SF물이나 판타지물에서도 종종 등장하지만, 그 장면을 가장 아름다고 환상적으로 그려내는 시리즈는 단연코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

마지막 쿠키 영상에서는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하는 '클레아'라는 인물이 새롭게 등장하며 닥터와 함께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다음 시즌을 예고합니다. 그 과정에서 닥터는 '제 3의 눈'을 뜹니다. 다크홀드를 썼기 때문인데요, 금지된 마법을 사용하여 어둠의 마법사가 되어버린 다른 우주의 '닥터'를 만난 일이 있었기에, '닥터'가 그 어둠의 기운을 어떻게 컨트롤하고 차원을 이동하며 생겨난 혼란을 잠재울 것인지 기대됩니다. 사실 혼란이라는 것은 잠재우려고 하면 할 수록 더 커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처음에 작고 작다고 생각했던 문제는 점점 그 몸집을 불려나가고 해결하려고 하면 할 수록 내 손을 떠나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통제되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입니다. 기대되면서도 걱정되는 다음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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