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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I'm a creep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이번 영화를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이 본다면 많이 울고 나오실 것 같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이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은 '로켓'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Radiohead의 'Creep'을 듣고 있는 '로켓'으로 시작합니다. 제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관에서 첫 장면으로 'Creep'이 나왔을 때 오랜만에 듣는 그 가사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Creep'은 그런 노래입니다. 부족하고, 어딘가 모자란 나를 들여다보는 듯한. 항상 말 많고 시끄러웠던 '로켓'의 시무룩한 모습이 의뭉스럽던 그때, 갑자기 들이닥친 '아담 워록'에 의해 '로켓'은 생명이 위태롭게 됩니다. 이번 영화는 죽음의 문턱에 닿아있는 '로켓'을 살리는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로켓의 과거를 들여다보게 되는데, 사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잔혹한 동물실험의 결과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로켓의 친구들은, 몸이 잘리고, 이상한 기계들을 이어 붙인 'Creep'들이었습니다. 사실 보는 게 좀 괴로웠습니다. 끔찍하게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동물들은 너무 순수하게 자신들에게 잔인한 일을 벌인 사람들이 자신들을 파라다이스로 데려갈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소중히 간직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옥 속에서도 행복하게 지냅니다.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아무렇지 않게 실험동물들의 사살을 명할 때, 로켓의 친구들을 쏘아 죽일 때, 영화의 장면이었지만, 사실 현실에도, 역사 속에도 수없이 반복되었을 장면이라는 생각에 무섭기도 하고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계속 '완벽'을 추구하지만, 그의 실험은 계속 실패하고, 그 자신 역시 자신이 만든 로켓보다 뛰어나지 않은 자신에게 절망하며 자격지심에 빠져있는 어리석은 존재입니다. 계속 '완벽'을 추구하는 그는 결국 자신의 부하들에게마저 배신당하고, 자신이 만든 모든 것들을 부셔버리려고 하는, 그저 어리석은 파괴자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반대에 서있는 가디언즈들은 살리고 품어 안는 존재들입니다. 그루트가 악당인 워록을 살리고 난 후 '누구에게나 한 번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말을 남김으로써, 악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던 아담은 피터를 살리며 선의 편에 서게 됩니다. 로켓을 살리는 과정에서 악의 편이었음에도 피터를 도왔던 붉은 얼굴의 '우나'의 부족은 결말에 로켓과 가오갤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로켓은 '하이 레볼루셔너리'를 이기고서도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 않습니다. 가디언즈이기 때문에. 고등생물인 아이들만 살리려던 가디언즈 일행은 로켓의 인도로 실험실에 있던 동물 모두를 살리게 됩니다. 모든 동물들을 끌고 나오는 그 장면은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보였습니다. '노웨어'에는 특출 나게 뛰어난 인물도, 힘도 없지만, 서로 모자란 힘을 합치고, 선한 마음으로 품으며 완벽한 한 팀이 됩니다. 

 

Dog days are over

이번 영화의 쿠키는 영화 끝나고 난 직후에 하나,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에 하나, 총 2개가 있습니다. 사실 엔딩크레디트가 긴 편인데 쿠키는 굉장히 짧은 편이라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엔딩크레디트 동안 가오갤 1,2편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결말에 나는 라쿤이 아니라고 계속 외치던 로켓은 자신이 라쿤이라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피터가 자신이 떠나왔던 지구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며, 로켓이 가디언즈의 캡틴이 됩니다. 이번 편은 액션씬도 너무 훌륭해서 정말 흥미진진하기도 했지만, 잔인하게 이용당한 동물들의 모습 때문에 보고 나와서도 계속 마음이 저릿했습니다. 지난 4월 27일, 동물보호법 개정법이 발효되었습니다. 잔인한 방버브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사람의 생명,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방지 및 시행규칙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법률입니다. 다행히도 세상은 한 반자국씩 앞으로 나아가지만, 어디선가는 아직도 잔인한 실험과 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허구의 세상이지만, 조금은 더 따뜻하고, 조금은 더 생명을 품어 안으려는 생각들이 내가 발을 딛고 선 현실도 바꿀 것이라고 믿습니다. 생명이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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